우리는 전태일을 옳게 읽고 있는가 ? 청소년과 함께 읽는 우리 시대 최고의 고전, [전태일 평전]. 그 옛날 방직공장에서 근로 사각지대에서 일하던 어린 동생들의 눈물나는 근로조건에 맞서 인간이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싸운 사람, 자기 몸 불살라 죽음으로 항거한 위대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출간 이래 25년 동안 대학가를 중심으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며, 우리 사회의 삶에 대한 나침판 역할을 해 온 [전태일 평전]이 새롭게 우리 앞에 섰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정감 넘치도록 형식과 내용을 바꾸어, 원본과 저자의 뜻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은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노동자 전태일의 일대기입니다.
평화시장 어린 동심들의 고통에 항상 가슴 저려하며, 본인은 이제 편안 삶을 살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동생들의 고통을 함께하고 개선하기 위해 뼈저리게 싸웠던 사람이었죠. 그는 그들을 위해 스물 둘의 젊음을 불길 속에 내던졌던 청년노동자 전태일의 삶과 투쟁을 이야기합니다.
전태일 자신과 동료들이 겪고 있었던 고난이 삶과 고통스러운 노동 현실에 부논하다가, 평화시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 등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삶과 투쟁의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 방황, 헌신적 인간애 등을 통해 인간 전태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인간적인 세상을 꿈꿨던 전태일의 순수한 마음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전태일의 외침이 우리의 잠자는 양심을 더욱 세차게 두들길 것입니다. 작가 조영래님은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한일회담 반대, 6.7 부정선거 규탄, 3선 개헌 반대 등 학생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졸업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중 전태일 분신항거를 접했습니다.
1971년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 이른바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되어 1년 반 동안 투옥되었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6년 동안 수배생활을 겪었습니다. 복권 후 1983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사회개혁가이자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0년 12월 폐암으로 타계했습니다.
[전태일 평전]은 저자가 수배생활 중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집필한 책으로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내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저자의 이름은 1991년 1차 개정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조영래"로 밝혀졌습니다. 유고집으로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조영래 변호사 변론 선집]등이 있습니다.
조영래의 성품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은 생전에 그가 집필한 《전태일 평전》의 저자가 자신임을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데서 잘 드러납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탄압 때문에 저자를 밝히는 시기가 지난 후에도 자신이 저자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그의 깊은 겸손 때문입니다.
“자신이 한 일들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성품은 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비화들이 대단히 많으나 전혀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다”라고 장기표는 회고합니다. 조영래의 신조는 철저한 공수신퇴(功遂身退)였습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시인 김지하의 회고) 그 스스로 많은 기득권과 능력을 가졌으나, 그 기득권의 틀 안에서 싹틀 수 있는 보수성과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관념의 지배를 받지 않았으며, 도식적이고 교조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경기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해 정학 처분을 받고서도 서울대학교 전체 수석으로 입학하고, 대학시절 서울대학교 학생운동의 본거지를 문리대에서 법대로 옮겨올 만큼 학생운동에 몰두했으면서도 단 1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등의 천재성은 그를 규정하는 요소의 한 가지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한국 민주화운동사, 학생운동사, 민권변론사의 ‘영원한 신화로’ 통하는 조영래. 그와 함께 일했던 가까운 지인들은 그의 모든 활동의 원천은 어떠한 사상도, 이념도 아닌,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조준희 변호사는 조영래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1987년 한 인권단체의 초청으로 필리핀 여행 중 그곳 소외계층 여러 사람들을 두루 만났는데, 조영래는 가까운 이웃 대하듯 그들을 정겹게 대했고, 그들의 고뇌를 자기 것처럼 아파했습니다.
한편 그는 주로 비판적 운동가들을 상대로 살인, 폭력을 밥먹듯이 자행하던 극우 폭력집단 알사마사(ALSAMASA)의 본거지, 그 살기 어린 금단의 구역 한 복판에 들어가 곳곳을 샅샅이 누볐습니다. 실로 만용에 가까운 강심장이었습니다. 그의 두 가지 모습을 이 여행에서 보았다고 조준희 변호사는 회고합니다.
“가족과 친지, 이웃, 심지어는 먼나라 사람들까지 차등 없이 끌어안고 함께 뒹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 그의 모든 사회적 행동은 여기에서 출발했고, 그것이 유일한 가치 기준이었으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 그 무엇과도 두려움 없이 맞서고 집요한 싸움을 사양치 않아온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그것이 출발점이요 목표였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치열함과 넉넉함, 격정과 부드러움을 함께 갖출 수 있는 참으로 큰 사람이었습니다.”조영래의 정신과 영혼, 그리고 그의 마음과 인간됨은 그가 남긴 여러 글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전태일 평전>에 대해 리뷰해 보았습니다. 더 많은 포스팅과 추천 포스팅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관련 글 및 추천 포스팅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공감, 구독 및 따뜻한 댓글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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