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상실의 시대]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았습니다. 하루키의 작품은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쉽게 읽히는 문체가 정말 좋습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루키의 작품은 거의 모두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특별히 하루기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이라 더 의미 있게 읽었습니다. 하루키는 이 작품을 통해 청춘의 단편들을 가볍고 경쾌한 터치로 그렸습니다. 그는 재즈 카페를 경영하며 썼다는 이 작품으로 '군조신인상'을 수상, 강렬한 인상을 심으며 등단했습니다. 쉽게 읽히고, 읽은 후의 느낌이 상큼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젊은 날의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뒤 밀려든 허무감과 깊은 상실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재생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여정이 바람처럼 가볍게 그려집니다. 심플한 문체로 심플하지 않은 현실을 그리려 한다는 하루키 소설의 기본적인 창작태도가 엿보이는 하루키 소설의 원형입니다.
하루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처음으로 소설을 쓴 것은 29세 때였습니다. 첫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였는데, 1978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를 도쿄 진구구장에서 보던 중, 외국인 선수였던 데이브 힐튼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1949년 일본 교토부 교토시에서 태어나 효고현 아시야시에서 자랐습니다. 국어교사이자 다독가였던 양친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고 일본 고전문학에 대해 들으며 자랐으나, 일본적인 것보다는 서구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중학교 시절에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손에 사전을 들고 커트 보너거트나 리차드 브라우티건과 같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습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 세대로서 학원 분쟁을 체험합니다.
1971년 학생 신분으로 같은 학부의 요코(陽子)와 결혼, 1974년 재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엽니다. 「미국 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7년간 다녔던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1982년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장마다 번갈아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1985년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문학사에 굵은 한 획을 긋게 됩니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전 세계 누적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하며 '무라카미 붐'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1997년에는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취재한 특이한 르포집 『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원래 집필 초기에 제목을 happy birthday and white christmas로 잡았다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영어판이 발매되었을때 부제로 표기되었습니다. 하루키 소설의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친구 "쥐"가 이후 작품인 1973년의 핀볼과 양을 둘러싼 모험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 세 작품을 엮어서 "쥐 3부작"으로 칭합니다.
이 소설부터 읽어나가야지만 뒤의 연결 소설들인 1973년의 핀볼/양을 쫓는 모험/댄스 댄스 댄스가 제대로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이야기가 연결되다보니 보통 한 소설 안에서 끝나는 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대부분인 다른 하루키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도 느껴집니다.
작품 구석구석에 미국의 소설가 '데릭 하트필드'라는 인물이 언급되는데, 책장을 덮고 검색해보면 그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안 뜹니다. 하루키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입니다.
소위 '나갔다 들어온다.'는 식의, 새로운 소설 작법을 제시한 작품이고,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한데 얽혀 의미화를 해내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구성 방식 때문에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하는 식의 목소리까지 있었으며, 아쿠타가와상에서 끝내 낙방하게 된 것도 이 부분에서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 작법은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국내 작가들 역시 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소설가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같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그에 대한 평론집이 일본에서만 수십권에 이르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단정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습니다.
또한 하루키에 대한 평론에서 그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자란, 이른바 ‘하루키 칠드런 Haruki Children’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등장, 하루키 리믹스 붐을 일으키고 있어 그의 문학이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믹스 소설이란, 다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작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혼합, 변형, 재창조한 소설을 일컫습니다. 모토기 후미오의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REMIX』, 이누카이 교코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REMIX』 등이 있습니다.
하루키는 어렸을때부터 일본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일본적인 것들이란 단지 등장하는 여러 가지 일본어로 된 지명과 이름들 뿐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일상과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있으면서 전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작가는 '슬픈 외국어'에서 의미없는 하나의 언어에 의존하여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슬프다는 얘기를 꺼낸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언어로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탁월한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줍니다. 또한 언제나 작품의 끝에서 던져주는 여운들과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구조는 더 없는 감동으로 독자들을 다음 작품으로 안내합니다.
오늘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대해 리뷰해 보았습니다. 더 많은 포스팅과 추천 포스팅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관련 글 및 추천 포스팅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공감, 구독 및 따뜻한 댓글은 많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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